Di패밀리/뒷골목

[킴&잭] 실랑이

뮤새 2025. 5. 20. 05:31

 

 

 

5년 전 폭풍 치는 날 이후 이야기

 

 


https://www.culinaryspecialties.net/wp-content/uploads/2021/06/Premium-Hospital-Food-at-Wholesale-Prices-1.jpg

(이미지출처)

 

물게 위급한 환자가 없는 이른 아침의 병원은 쾌적하고 한가했다. 며칠 전에 몰아쳤던 폭풍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도시를 떠나간 지 좀 되었고, 빗물이 잔뜩 떨어져 나무 이파리에 매달려있던 이슬마저 온데간데없어 산책을 한다 하면 오늘이 아주 기분 좋은 날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두 사람만 빼고.

 

 “오냐-,진짜 안 먹겠다 이거지?”

 “….”

 

화가 난 듯 책상을 탕, 내리치는 소리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따라가다 보면, 2m는 족히 넘는 덩치가 병상에 드러누워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기고 있는 저보다 작은 체구의 녀석에게 밥을 먹이겠다고 숟가락을 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었다.

 

 “밥상 엎어버린다.”

 “….”

 “아오-씨, 말이라도 좀 하던가.”

 

 

분명 이 녀석을 여기에 데려올 때까지만 해도 보스를 찾네 뭐네 하며 말이 많더니, 오늘은 꿀을 한 국자 먹은 것 마냥 아무런 말도 꺼내지를 않는다. 한 숟갈이라도 목구멍에 쑤셔 넣어보려 했지만 온몸이 아픈 환자를 상대로 몸싸움을 했다가는 누님한테 혼날게 불 보듯 뻔했고, 잘못 건드리면 내 팔에 또 바람구멍이 나겠지. 이미 한 번 물려서 밴드가 감겨있는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한다.

 

 “나도 내 할 일이라는게 있거든?”

 

솔직히, 내 할 일만으로도 바쁘다. 인원수가 제법 적은 탓도 있지만 굳이 조직 내의 일이 아니더라도 개인시간이라는 게 있단 말이다. 이 녀석을 빨리 낫게 해서 보스 앞에 바치든 내 눈앞에서 내좇든 해서 시간을 어떻게든 확보하고 싶었다. 물론, 그냥 나가도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살고 싶어서 기어 온 놈이 벌써 이틀째 아무것도 입에 안 대고 있다 하면 믿겠는가? 보스가 직접 얘기만 안 하셨어도 이걸 콱 그냥..

 

 똑똑,

 

숟가락을 들고 한 마디 더 하려던 찰나에 노크 소리가 들려 휙, 돌아보니 익숙한 미소를 짓는 초록색의 사람이 보였다. 마샤.

말없이 잠시 나와보라는 손짓에 약간은 구부러진듯한 숟가락을 탁 하니 내려놓곤 뒤도 안 돌아보고 그의 부름에 문밖으로 성큼성큼 나간다.

 

 “무슨일인데요? 며칠 사이에 보스께서 마음이라도 바꾸셨는지.”

 “후후, 그건 아니고 저 사람 괜찮은지 싶어서.”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제발 좋은 소식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어보았지만 신은 항상 내 편이 아니었다. 속으로 깊은 원망을 하며 마샤에게 큰 한숨으로 답한다.

 

 “밥을 한톨도 안 먹는뎁쇼.”

 “흐음..”

 

마샤는 턱을 한 번 쓸고는 고민하더니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

 

 “가끔…. 도우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금전적 이유든.. 뭐든 간에 말이지.”

 “허.”

 

 마샤가 이러한 반응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에 조금 놀랐지만, 그런 생각 뒤로 여태껏 어느 병원에서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던 이유가 어렴풋하게 따라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을 지녀서. 병원에서의 금전적인 손해나 성격을 보고 불편해하고 시기하는 녀석들의 방해 때문이었음이. 마피아 보스랑 이렇게 손잡고 의사일을 하고 있는 게 제법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마샤는 자기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있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마샤가 의견을 내놓는다.

 

 “저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다고 저 녀석을 그냥 쫓아낼 순 없잖아요.”

 “급하긴, 가서 어르든 달래든 대화를 좀 해보라고. 협박하는 것도 사람 좀 가리라고.”

 “제가 왜… 하.”

 “난 지금 다른 환자 보기도 바빠죽겠는데 이 사람까지 어떻게 내가 심문해?”

 

그의 말에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끙, 앓는 소리를 내자 너는 성질 죽이는 법을 좀 알아야 한다며 손을 허리에 얹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굳이 성질을 죽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성질 돋우는 놈들을 죽이면 끝인데. 하아….

 

 “-못하겠는데요.”

 

입을 댓 발이나 내밀고 삐죽이며 거절의사를 표했다. 마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얕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일정한 보폭의 발걸음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침대에 걸터앉는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마샤의 눈치를 보던 녀석은 마샤가 조용히 말을 걸어오니 느릿하게 입을 여는 모습이 보였다. 신기하다니까. 볼 때마다.. 다른 때와 달리 참을성이 없어져서 문 밖에서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간다.

 

 “뭐래요. 드디어 밥을 먹을 마음이 생겼댑니까?”

 “- 이 녀석은 잭.”

 

한숨을 쉬며 나의 말을 무시하고는 내 소개를 해주는 마샤였다. 녀석은 힐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말한다.

 

 “…진짜.. ...아니지?”

 

목소리가 잠겨서 웅얼거리는 수준의 말소리로 되물어본다. 이상한 일 시키는 거 아니냐고 한 거 같은데, 무슨 이상한 일?

마샤는 가볍게 웃더니 다시금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해 준다.

 

 “아하하, 뭐…밑바닥 세상에서 급을 나누기는 뭣하지만, 우린 그런 일을 요구하진 않아.”

 

녀석이 처음 왔을 때의 꼬락서니를 생각해 보면 불쾌한 방법으로 돈을 갈취했다던가.. 협박을 받고 싫은 짓을 시켰던가 했겠지.

 

 “그리고 보스말로는, 당신도 소원이 있다며.”

 

그러자 녀석의 눈빛이 사뭇 달라진다. 소원이라, 그래. 여기 조직 녀석들은 저 나름의 욕망과 소망을 품고 이곳에 불나방처럼 이끌리듯 찾아왔다. 저 녀석도 다를 바 없겠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대답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응, 하며 대답한다.

 

 “별을 보며 빈 소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몸부터 챙기도록 해.”

 

녀석의 팔을 한번 톡톡 건드리고는 일어나더니 나의 팔도 한번 붙잡으며 뒷 일은 알아서 하라는 듯, 시선을 교환한다.

가벼운 구둣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둘만 남은 방 안에는 다시금 적막과 불편함이 감돈다.

 

 “…”

 “…”

 

 꼬르륵,

 

그런 적막 사이로 뱃속에서 아우성치는 거지의 밥그릇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야 먹을 생각이 들기라도 한 거냐, 하아… 한숨을 푹 내쉬며 드르륵, 의자를 끌어다 다시 앉는다. 하찮은 실랑이를 하느라 이미 식어버린 병원 밥을 다시 간이 식탁에 옮겨주고는 눈을 한바튀 데구륵, 할 말을 찾는 녀석에게 숟가락을 코 앞에 들이민다.

 

 “먹어.”

 

탁한 잿빛의 동공이 나를 정확히 바라본다. 수액을 맞고 있었다곤 해도 몰골이 초췌해선 조금씩 떨리는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불쌍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 것도 아주 잠시, 내민 숟가락을 덥석 쥐고는 우리가 언제 밥 먹는 걸 가지고 말싸움을 했냐는 듯 그릇에 코를 박고 받은 숟가락으로 마구 퍼다 입에 쑤셔 넣는다. 이게 수저로 먹는 건지, 손으로 떠먹는 건지.. 지저분하게 먹는 걸 보며 가늘어지는 내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를 게 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 그러더니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남긴다.

 

 “…더 줘.”

 “-여기가 무슨 레스토랑인 줄 알아?”

 “…배고픈데.”

 “안 돼.”

 

팔짱을 꼬고는 으르렁대자 바라지 않은 대답이 돌아와서는 머리를 강타한다. 이 자식이 숟가락을 던져??

 

 “이런 씨-..”

 “..아까 그 사람 불러줘.”

 “이게.. 옆에서 일어날 때까지 친히 돌봐줬더니,”

 

배은망덕한 걸로도 모자라서 염치없게 구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어 결국은 또다시 말싸움이 벌어지고야 만다. 대체 그딴 식사는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냐는 둥, 남이랑 대화할 때 원래 그렇게 협박을 하냐는 둥.. 그렇게 둘 뿐이었지만 시끌벅적한 병실 창문 바깥으로 파란 나비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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